4 16 세월호참사의 아픔과 진실을 그리다, ‘세월호참사 3주기 기억프로젝트, 홍성담 세월호그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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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 / 2017-03-17T10:18: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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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참사의 아픔과 진실을 그리다, ‘세월호참사 3주기 기억프로젝트, 홍성담 세월호그림전’

【리포트】
다음 달이면 벌써 3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
그때를, 또 그들을 기억하고자 고양시 주엽 갤러리 ‘한’에서 홍성담 화백의 세월호참사 3주기 기억 프로젝트 <들숨:날숨> 추모전시가 열립니다.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세월호그림전과 함께 강연회와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고양시 세월호 실천모임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파주주민모임 그리고 사단법인 행복한 미래교육포럼이 주최한 이번 세월호 그림전, ‘들숨:날숨’은 홍성담 화백의 그림은 물론 주최단체가 오랜 동안 정성스럽게 준비한 설치물들로 채워졌습니다.

14일 열린 전시오프닝은 ‘들숨:날숨’ 그림전시회의 마련 취지와 준비과정에 대해 행복한 미래교육 포럼 최창의 대표와 홍성담화백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금요일엔 함께 하렴’이란 주제로 최성수, 신현수, 박일환 시인의 시낭송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시낭송회 이후, 인디밴드 지은혜씨의 세월호 추모 공연으로 세월호 그림전, ‘들숨:날숨’의 첫날은 마무리되었습니다.

홍성담 세월호그림전 ‘들숨:날숨’ 추모전시와 부대행사는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18일 토요일에는 유연이 노래공연과 ‘4.16분노를 기억하라’ 강연회를, 19일 일요일 역시 노래공연과 ‘세월호와 탄핵’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홍성담 화백
(세월호참사는) 바다 속에서 국가가 304명의 국민을 천천히 물고문으로 학살한 사건입니다.
(세월호참사는) 행복과 생명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정말 그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잘 성찰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갖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 행복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자’하는 생각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윤석준
(여기 서점이 제가 평소에) 워낙 자주 다니는 곳이고 (세월호그림전과 같은) 이런 행사를 할 거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세월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실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었는데 익숙한 곳에서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환기를 시켜주니까, 약간 새롭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 임정환
저는 평소에 세월호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림들이 약간 무섭기도 하고 가슴을 무척 때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이우창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이후에)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매일매일 집사람하고 눈물로 하루하루 지내다가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순간 (세월호)참사도 묻힌다는 생각에, 사실은 힘겹지만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이런 행사들을 꾸준히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시낭송】
정무 엄마 ............. 신현수

그 후로 차만 보면 무서워
먼저 슬슬 피하게 됐고
길을 건널 때마다 몇 번이고 좌우를 돌아봤다.
차에 치어 쓰러진 입구를 지날 때마다
여전히 발등이 아팠다.
고작 발등을 타넘은 것 때문에
자동차가 이리 두려운데
지난 봄날 생때같은 자식이
시커먼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빠져죽는 걸
두 눈 뜨고 하루 종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정무 엄마는,
아, 평생을 어찌 살아갈까?


수학여행 ............. 최성수

비가 내려서 하루쯤 빼먹어도 되는 곳,
계단 틈에 핀 민들레 앞에 앉아있다
한 두 시간쯤 늦게 들어가도 되는 곳,
사월 하늘이 너무 푸르러
수업 중 슬그머니 일어나도
선생님 그저 빙그레 웃어주는 곳,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위해
어둠조차 천천히 찾아오는 곳,
벚꽃 그늘에 둘이 앉아
지워지지 않을 시간들을 나누는 청춘의 마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 속 정지한 순간들로 기억하는 곳,

그리워도 돌아오지 마라.
지각의 두려움과 공부의 공포
빛나는 젊음을 옭죄는 온갖 제도의 틀을 넘어
이 지독한 대한민국의 21세기로부터
너희들, 더 벗어나거라.
우리는 너희들을 지켜내지도 못했고,
너희들의 행복을 지켜보지도 못했으니,
이대로는 돌아오지 마라.
더러운 자본과 무모한 권력의 손을 들어준
이 애비 애미의 세대들이 지은 죄로 너희들
꽃 피어 보지도 못하고 지게 했으니

바람이 불어서 하루쯤 빼먹어도 되는,
꽃이 져서 여드레쯤 슬퍼해도 되는,
그곳으로 수학여행 떠난 아이들아!


그 교실 ............. 박일환

수업 시작종은 진작 울렸는데
의자에 앉아 수업을 기다려야 할 아이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책상 위에 놓인 꽃들만 슬픈 표정으로
침묵의 음계를 만들고 있는,
먼지조차 숙연히 가라앉은 교실
드르륵-
활기차게 열려야 할 문이
격실처럼 굳게 닫혀 있는 동안
아들아, 딸아
어서 돌아오너라
얼마나 춥니? 얼마나 무섭니?
내가 안아줄게 꼭 안아줄게
흐느낌을 받아 안은 파도가
텅 빈 교실을 끌고
진도 앞바다로 간다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의 출석을
목 놓아 부르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바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대답 소리
오오 내 새끼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가슴을 치며 무너지는 어미 앞에서
차마 덮지 못한 출석부와 함께
교실이 가라앉는다
떠오르지 말아라 부디
아이들이 다 나올 때까지
교실은 바다 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말아라


【리포트】
갤러리를 채운 작품 속에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고통과 꿈, 그리고 유족에 대한 위로가 담겨있었는데요.
한번쯤은 이곳에 들러, 잠시나마 그들을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요.
결코 잊 지 말아야할,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우리들의 아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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